-
살면서 못질을 많이 했다
연장을 다루는 일은 생존이었다
어머니 가슴에도 수없이 못질을 했는데
우습게도 그 또한 내 생존의 한 방편이었다
아버지도 못질을 자주 했다
식탁을 고쳤고, 지붕을 수리했다
내가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고 분탕질할 때
그때마다 아버지는 못질을 하면서 집터를 수리했다
나는 오늘도 못질을 멈추지 않는다
지금도 내 터전에 못질을 한다
가만히 생각하면
사는 일이 결국 '질'을 잘하냐 못하냐에 달린 건데
'질'자 들어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법
쟁이질, 바느질, 대패질, 주먹질, 망치질, 붓질, 사람질……
살아보니 사랑질, 마당질, 인생질, 못질……
세상일이 '질' 아닌 것이 없는데,
내가 했던 질마다 온전한 게 없다
덕지덕지 헌데 투성이다
(그림 : 김태권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세화 - 꽃밭의 비밀이 짜하다 (0) 2020.01.30 성윤석 - 달방 (0) 2020.01.28 성윤석 - 옛, (0) 2020.01.28 민구식 - 두껍아 두껍아 (0) 2020.01.25 민구식 - 빈 집 (0) 2020.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