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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개 넘으면 또 한 고개
저걸 언제 다 넘노,
그런 길 지나며 아버지 등 휘었습니다
그런 길 지나며 어머니 허리 굽었습니다
몇 개의 봉우리를 넘었습니다
앞만 보고 오르다 돌아보지 못한 뒤
문득 돌아보다 소스라칩니다
산등성이 하나 아버지 등 같고,
산등성이 하나 어머니 허리 같아,
능선을 인생이라 치면
긴 이음으로 온 산 한 길이 됩니다
능선을 넘으면 간혹 눈물이 납니다
나도 닮아가기 때문입니다
오르고 내리다 만난 하산 길 이정표
저걸 언제 다 넘었노,
긴 숨으로 풉니다
(그림 : 김성실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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