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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순 - 좋은 이름시(詩)/시(詩) 2020. 1. 12. 10:19
할무이, 진지 잡솼능겨
응, 누고
옆집 상철 아범 아임니꺼
점심때쯤 다시
할무이, 밭에 가시니껴
응, 누고
바로 옆집 상철 아범 아임니꺼
저녁나절 또 누구냐고 묻자
상철 아범 그만 큰일 났다 싶어 얼굴 바짝 들이대며
딱 보이 이제 알겠능겨
할머니 잠시 뜸을 들이다가 설핏 미소 지으며
응, 딱 보이구나!
상철 아범 그 이후로 멀쩡한 제 이름 놔두고
딱보이로 불린다
딱봉이, 쌀 댓 말은 족히 주었어야 할
할무이 치매도 고치는
참 좋은 이름이다.
(그림 : 박운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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