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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철 - 두물머리시(詩)/시(詩) 2019. 12. 29. 14:29
이렇게 늦게 두물머리에 오게 된 것도
실은 함께 오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던 게다
강 건너 먼 산을 넘어
그 사람이 강을 건너온다
아무도 없이 두물머리 긴 의자에
혼자 앉고 보니
나의 지난 모든 것이 빈자리 뿐 이구나
빈자리가 너무 크다
빈 배 하나 강에서 돌아왔으나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빈자리 마다
강을 건너온 그 사람을
조용히 앉히고 바라본다
눈 속에서는 강물이 흐르고
돛대 없는 배가 떠나자 눈을 감아버린다
그 사람 젖은 머리에 느티나무 그림자가 닿을 때쯤
그 사람 강을 건넌다
빈자리 마다 눈물이 글썽하다
(그림 : 이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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