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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달웅 - 먼 왕십리시(詩)/권달웅 2019. 12. 6. 14:49
1964년 초겨울 역마다 서는 완행열차는 경상북도 봉화에서 청량리까
지 아홉 시간이나 걸렸다. 어머니가 고추장항아리 쌀 한 말을 이고 내
린 보퉁이에는 큰 장닭 한 마리가 대가리를 내밀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와 이십오 원 하는 전차를 탔다. 사람들은 맨드라미처럼
새빨간 닭 볏을 신기한 듯 들여다보았다. 나는 닭대가리를 보퉁이 속
으로 꾹꾹 눌러 넣었다. 아무리 꾹꾹 눌러 넣어도 힘 센 장닭은 계속
꾹꾹거리며 대가리를 내밀었다.
빨리 전차에서 내리고 싶었다. 손바닥에서 진땀이 났다. 전차는 땡땡
거리고 가도 가도 왕십리는 멀기만 했다.(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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