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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 별다방 미쓰리시(詩)/시(詩) 2019. 11. 26. 08:54
바다가 보이지 않는 바닷가
좁은 계단에 오르면
흘러간 드라마처럼 껌을 짝짝 씹으며
까만 속눈썹 올려붙이는 그녀가 있지
커다란 서양 여자들이 드잡고 뒹구는 프로레슬링에 빠져
빨강머리도 되었다가 노랑머리도 되었다가
누가 이겨도 상관없는 경기를 치르며
전화벨이 울리면 뽕브라를 치키곤 하지
하나뿐인 통로 내려가면
딛는 곳마다 허방이라
누런 별 다닥다닥 붙은 천장에
매일 밤 사다리를 놓는 미쓰리
바다가 보이지 않는 바닷가
별다방에 가면
가난한 기억 너머 어디서건 꽃으로 태어난 딸이건만
까만 바닷가
홀로 반짝이는 별이 되어가는
내 사랑 미쓰리가 있지
(그림 : 백중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