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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명현 - 봄동
    시(詩)/시(詩) 2019. 11. 27. 09:52

     

    얼갈이로 뿌려진 꿈이었다

    뻘때추니 추레한 입성으로

    한데 왼데 오가다가

    따비밭에 정이라고 붙였겠다

    덴바람은 생각나면 물수제비뜨듯 치닫고

    잣눈 녹으면 진눈 내려 햇발 뻔한 날이 없었다

     

    속이 차면

    속이 들어

    속정이란 것 생겨갖고

    그게 아니라면 키라도 우뚝 자라서

    있는 속 없는 속 죄 꺼내어 놓으면서

    이 봄 꿈에서 당당하게 깨어나려 했겠다

     

    겨우내 딴딴하고 노란 속 차오를 겨를 한 번 없었다

    앉은뱅이로 묶어 뒀으니

    겉절이로 쓸 일 말고는 다른 도리 없겠다

     

    그래도 보는 동 마는 동 하지 마시게

    봄동 버무리는 여인의 흰 손샅에서

    줄지어 빠져나오는 숱한 봄들

    뻘때추니 (명사) : 어려워함이 없이 제멋대로 짤짤거리며 쏘다니는 계집아이.

    따비밭 (명사) : 따비로나 갈 만한 좁은 밭.

    덴바람 (명사) 같은 말 : 된바람(뱃사람들의 말로, ‘북풍(北風)’을 이르는 말).

    (그림 : 박양예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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