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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갈이로 뿌려진 꿈이었다
뻘때추니 추레한 입성으로
한데 왼데 오가다가
따비밭에 정이라고 붙였겠다
덴바람은 생각나면 물수제비뜨듯 치닫고
잣눈 녹으면 진눈 내려 햇발 뻔한 날이 없었다
속이 차면
속이 들어
속정이란 것 생겨갖고
그게 아니라면 키라도 우뚝 자라서
있는 속 없는 속 죄 꺼내어 놓으면서
이 봄 꿈에서 당당하게 깨어나려 했겠다
겨우내 딴딴하고 노란 속 차오를 겨를 한 번 없었다
앉은뱅이로 묶어 뒀으니
겉절이로 쓸 일 말고는 다른 도리 없겠다
그래도 보는 동 마는 동 하지 마시게
봄동 버무리는 여인의 흰 손샅에서
줄지어 빠져나오는 숱한 봄들
뻘때추니 (명사) : 어려워함이 없이 제멋대로 짤짤거리며 쏘다니는 계집아이.
따비밭 (명사) : 따비로나 갈 만한 좁은 밭.
덴바람 (명사) 같은 말 : 된바람(뱃사람들의 말로, ‘북풍(北風)’을 이르는 말).
(그림 : 박양예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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