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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은 덩굴이 뻗어 오르는 통에작은 텃밭에서 키우기엔 마땅찮다
하시던 어머니 결국 호박잎을 키워 보내셨다
꽉꽉 눌러 담았으니 잘 열어보라시는데
스티로폼 상자 테이프를 뜯자
뚜껑을 밀어 올리는 거친 손바닥이 기운차다
불뚝불뚝 튀어나온 혈관들
까슬까슬한 저 손등의 푸른 질감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이런 맛인가
무언가를 키우는 일이란
청춘으로 돌아가는, 착각 같은
입 안이 물컹하다
(그림 : 김희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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