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창환 - 가장 낮은, 더 아름다운시(詩)/배창환 2019. 10. 18. 09:11
교정 측백나무 그늘에 나서
햇살 한 줌 못 얻어먹어
저런 녀석도 꽃 피울 수 있을까 싶도록
쬐끄만한 몸 비비 틀리고 꼬이었어도
귀는 있는 대로 다 열어두고
오가는 발소리 숨소리 헤아리더니
세월없이 저 홀로 딴청이더니
찬 서리 내리고 어깨에 단풍 지자
엇 뜨거라, 고개 번쩍 쳐들고 있다
늦었다 싶을 때도 포기하지 않고
죽을 힘 다하여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 반짝 피워내는,
가장 낮은 그늘에 살아 있는 것들이 그러하듯이
내일 당장 떠날 깝시라도
오늘 마지막 숨 태워 정한 빛 뿜어내는,
그래서 눈물겹게 더 아름다운
늦가을 국화
깝시라도 : ~망정이라도(경상도말)
(그림 : 조숙 화백)
'시(詩) > 배창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창환 - 꽃씨처럼 (0) 2019.11.19 배창환 - 호반의 아침 (0) 2019.09.15 배창환 - 아름다움에 대하여 (0) 2019.09.15 배창환 - 그 겨울 선창 풍경 (0) 2019.09.15 배창환 - 달래에게서 배운 것 (0) 2019.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