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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창환 - 아름다움에 대하여시(詩)/배창환 2019. 9. 15. 12:22
눈 덮힌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건 사실이었다.
19년만에 불모의 땅 대구 일원에 내린 눈도
역시 아름다웠다.
기차를 타고 내려올수록
세상을 더 깊고 두껍게 덮어오는
하얀 눈발
아무 것도 용서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평등하게 겹겹이 덮어버리는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손길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 세상에서
발자욱을 찍어내는
사람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전에는 사람이란 그저 작고 추하기만 한 줄 알았다.
나이 먹어 불혹에 한 발 다가선 지금
내게는 사람이 아름답다는 말이 더 깊이 이해된다.
핍박받는 사람이 핍박을 이겨내려고 싸우면서도
가장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사람이
그걸 나는 조금씩
확인하고 있다
그래서 눈 내리는 세상만큼
세상은 아직도 살 만한 것이고
태어나길 잘 했다는 생각이 가끔씩 들 때가 있다.(그림 : 노태웅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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