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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라 - 둥근 반지 속으로시(詩)/이사라 2019. 10. 11. 09:09
봄볕이 내려앉는 창가에서
이렇게 서로 마주 보고 있으면
두 사람인 듯 한 사람인 듯
눈동자 속에 둥근 집 한 채 짓고
눈빛 속에 눈물 속에
눈뜬 꿈 둥글게 두고 싶다
둥근 세상과 한 몸으로 철철이 물들어
눈 밖에 나는 일 없으면 좋겠다
딱딱한 것 깨고 나와
알고도 모르는 척 다시 세상 살면서
온 마음이 온 마음에게 부딪쳐도 즐겁게 쓸리는
여는 봄날같이
가지 끝의 연륜이 가벼울수록 팔랑팔랑 안타까운 봄날같이
사랑했던 사람들 다시 파릇한 봉분에서 피어오르는 봄날같이
이렇게 둥근 눈으로 마주 보며
말 못하고 피 마르는 고통도
오래될수록
씨눈 된다는 말, 이젠 믿는다
사랑은 말없이 둥글다며
누구나 말없이 단풍 들고 낙엽 지고
누구나 말없이 봄볕 들고 새순 돋는다는 말, 정말 믿는다
둥글게 세상 담은 반지 속으로
사람들 자꾸 들어간다(그림 : 설종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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