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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규 - 호박 그 자체시(詩)/김광규 2019. 10. 10. 17:10뒷산에서 자란 호박 덩굴이 옆집담을 넘어 들어오더니 밤나무를 타고 올라가나뭇가지 끝에 연두색 호박을 매달아 놓았다호박은 공중에서 하루하루가 다르게 커졌다밖에서 담을 넘어 들어왔으니옆집에서 심은 것은 아니지…그러니까 긴 골프우산 손잡이를 담 너머로 뻗쳐서호박을 끌어다가 따 먹을 수도 있는 거야하지만 누구에게 들키지 않는다 해도시쳇말로 다툼의 여지는 있겠지 이를테면옆집 영감이 투덜거리는 소리를 피할 수 없을 걸요즘도 호박 도둑이있는 모양이여…늦장마 지나가고 매미와 풀벌레 소리 요란한오늘도 옆집 밤나무 가지에 매달린 호박을바라본다 따먹고 싶은 욕심일랑몽땅 버리고짙푸르게 익어가는 호박 그 자체만 바라볼 수는 없을까가을이 가버리기 전에 그렇게 될 수 있을까(그림 : 장개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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