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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식 - 때로는 강(江)도 아프다시(詩)/시(詩) 2019. 10. 8. 09:30
조금만 아파도 강을 찾았었다
늘 거기 있어 편안한 강에
팔매질하며 던져버린 게 많았지만
그 바닥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저 강이니까 걸러내고
그저 물이니까 제 길 가는 줄 알았다
해질 녘 붉은 상처도
강은 깊이 끌어안고 있었고
나는 긴 그림자만 떠안겨 주었다
피울음을 토하기 시작했을 때도
강은 같이 흘러주지 않는 것들을
꼬옥 감싸고 있었다
등 떠밀려 굽은 갈대의 손짓
바다 어귀까지 따라온 붕어의 도약
아파도 같이 흐르면
삶은 뒤섞여서도 아름다우리라고
불현듯 내 가슴에도
푸른 강 한 줄기가 흐르는 것이었다(그림 : 차일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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