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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봉 - 부지깽이꽃시(詩)/배한봉 2019. 10. 5. 12:50
어머니가 밥을 할 때 부지깽이에서는 꽃이 핍니다.
홍매, 목단, 칸나, 채송화, 그 붉은 웃음소리가 꽃 피우는 소리를 듣고
아궁이 속 땔감이 툭툭, 뚝딱 화답을 합니다.
무쇠솥도 따라 그르릉거리며 뜨거운 콧김을 내뿜습니다.
부지깽이에 핀 꽃이 굴뚝에 가서 안개꽃을 피웁니다.
옷소매에 콧물 누렇게 말라붙은 내 입 안은 이팝꽃 만발입니다.
동네가 온통 꽃향기로 술렁입니다.
하늘의 구름꽃도 슬슬 밥냄새를 풍깁니다.
(그림 : 이원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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