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화은 - 화법(花法)시(詩)/이화은 2019. 9. 16. 22:10
언니가 쓸개를 떼어냈다고 한다 속칭,
쓸개 빠진 년이 된 것이라는데
오늘 아침 내 귀에 쏟아 부은 화(火)는 여전히 뜨겁다
활활 그 꽃불은
내 왼쪽 귀 하나를 다 태우고도 남을만하다
쓸개라는 쓰고 독한 말은 다만 상징이었을까
실체 없는 불꽃에 타 버린 내 귀는,
부호였을까
물음표처럼 생긴 귓바퀴는
상징과 부호로 가득 찬 몸속으로
매일 밀어 넣는 희고 둥근 한 움큼의 알약은
사탕발림인지도 몰라
몸은 의외로 살짝 어리석어서
언니의 단순한 화법은 여전히 화(火)법이니
이 아침 내 귀는 질문을 잠깐 벗어두고
나팔꽃처럼 방긋 웃어줄 수밖에
(그림 : 허나래 화백)
'시(詩) > 이화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화은 - 치자꽃이 피었다 (0) 2021.12.07 이화은 - 오래된 연가 (0) 2020.08.01 이화은 - 여행에 대한 짧은 보고서 (0) 2019.09.16 이화은 - 중저가의 기쁨 (0) 2019.09.16 이화은 - 누가 봐도 (0) 2019.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