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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은 - 누가 봐도시(詩)/이화은 2019. 9. 16. 22:05
휴일 아침
한산한 지하철 역
누가 봐도 노인, 에게 다가 간 역무원 아저씨
다짜고짜 주민증을 내놓으라 한다
따닥 지하철 공짜표를 의심하는 눈초리다
증을 확인하고서도
갸웃갸웃
아니 이렇게 젊어 보일 수가!
미안한 듯 뒷통수를 긁적거린다
일행을 기다리느라 한참을 앉아 있으려니
역무원 아저씨 속내가 환히 보인다
누가 봐도 노인, 마다
일부러 나이를 확인하고
왜 이리 젊으시냐고
따지 듯, 저 아름다운 시비
느닷없이 청춘을 돌려받은 듯
불심검문을 당하고서도
스멀스멀
배어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노인들
계단을 내려가는 굽은 허리가
슬그머니 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그날 휴일의 지하철은
누가 봐도 청춘들이 무임승차를 자행한
싱싱한 불법천지의 하루였다
(그림 : 남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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