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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향림 - 요셉의원
    시(詩)/시(詩) 2019. 9. 5. 19:41

     

    '힘들고 가난한 사람은 오시오'
    키 낮은 간판이 문짝 대신 입구에 내걸려있다.
    무릎 꿇어 낟알 한 알 한 알 줍듯
    그는 무료 환자에 갖은 정성을 기울였다.
    나무 등걸처럼 굽은 그의 어깨 너머로 온 종일
    우두커니 넘겨다보던 녹슨 해가 쨍그렁 굴러 떨어지고
    이마에 둥근 안경알 매단 가로등도 꺼질 무렵
    캄캄한 밤하늘에 박히지 못하고
    누군가의 급제동으로 식어 떨어지는
    무의탁 부스러기 잔별들까지
    그는 가슴 안으로 뜨겁게 받아 들인다.
    먼 데서 자신을 불태우며 깜빡거리는
    발광체 한 점, 요셉의원.

      "요셉의원"을 알고 계시나요? 이곳은 부자가 입원하려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곳이랍니다. 진료

    비도 없고, 특실과 일반병실도 구분되어 있지 않은 이곳은 "힘들고 가난한 사람"들인 노숙인, 행려병자, 극빈한 저소득층,

    독거노인들이 무료로 마음 편하게 드나들며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거든요. 이곳은 국가기관도 아니고, 유수한 재벌들

    의 선행으로 운영되는 곳은 더더욱 아니랍니다. 물론 거대한 종합병원의 부속기관도 아니지요.  
    이곳에서 진료하시는 170여명의 의료진은 스스로 자원봉사를 자처하신 분들이며, 의료진을 돕는 1500여명의 분들도 모

    두 헌신적인 자원봉사자들로 구성 되어 있습니다. 이곳의 운영비는 적은 돈이지만 기쁘게 후원하는 6000여명, '개미천

    사'들의 따스한 마음으로 운영되는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자신의 지역구에 "힘들고 가난한 사람"들의 무료병원을 설립하는데 열성을 다하는 정치가는 어디가면 만날 수 있나요?

    거대한 공룡처럼 커져버린 종합병원 내에 "요셉의원"처럼 아름다운 의술을 베푸는 부속시설을 만나기는 정녕 어려운 걸

    까요? "무릎 꿇어 낟알 한 알 한 알 줍듯", 정성을 다하여 "무의탁 부스러기 잔별"과도 같은 이들을 "가슴 안으로 뜨겁게 받

    아"돌보는 사랑의 무료병원이 우리나라 구석구석까지 확장되는 그날은 언제쯤일까요?
    -서대선(시인,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신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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