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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제 - 고물장수 1시(詩)/시(詩) 2019. 9. 5. 19:24
손수레 바퀴에 피곤한 새벽을 깔고
골목 골목 외치는 삶의 메아리
산다는 것은 노동의 향연인가?
고물 손수레에 잡음 많은 메카폰을 실고
인생(人生) 같은 고달픔으로 "고물"을 외친다
이렇게 살다 보면
찰나처럼 스치는 행인들
나보다 쬐금은 화려해 보이고
행복해 보이기도 하다
나는 손톱밑에 기름때 끼고
고철가루 벌겋게 묻어 있어도
사는 재미는 봄볕처럼 따사롭다
때론 이끼모노도 걸리고
고철 속의 왕거이들랑
신주, 구리, 양은그릇들
다들 고물장수에게는 VIP이지요
이거 고물장수들
취로사업 가는 날보담 때론 수입이 좋고
빗물 먹고 배 부른 날은 완전히 공치고
목청도 휴식이지요
외쳐야 고물이 나오고
외쳐야 하루가 저물고
외쳐야 손수레에
네 식구 됫쌀 한됫박이 살리고
외쳐야 눈구멍 휘둥그런 고등어가 걸린다
손톱날에 벌겋게 메니큐어만 뒤집어쓴 마누라님들
우리들 고물장수 비웃지 마십시오
물건이 고물이지
사람이 고물이 아니외다
가난의 악세사리 때문에
자랑스런 고물장수외다
(그림 : 이형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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