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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제 - 절단사 아저씨시(詩)/시(詩) 2019. 9. 5. 19:20
쇠라는 놈은
왈기도 안 되고 잡아채도 안 되고 색시 다루듯 살살 구슬려야제
때론 적당히 열을 주면서 가장 얇은 쪽으로
신호를 보내면 응답이 와요
그라고 내 발등 찍히지 않게 은근슬쩍 내려놓으믄
두 동갱이 나요
그것들 열이 가면 부들부들 싹싹한께노
우쨌기나 달게야 돼요
녹슨 볼트는 망치 두 방 맞으면
헐겁게 풀린다니께
쇠는 거짓말 안 합디더
내가 술 질기고 잡기 질기다가 이렇게 됐소
그래싸도 빈하는 기 사람이지
쇠는 안중 녹은 슬어도 무게는 안 빈합디더
사랑, 그까짓 거 말짱 도루묵이요
캐싸도 좋아할 때 그때 잠깐 삐인기라요
빈하는 거는 쇠가 아인기라요
혼자 중얼거리는 김 씨 등 뒤로
벌건 쇳물 같은 노을이 걸린다.
(그림 : 박미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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