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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계헌 - 또 하나의 계단
    시(詩)/시(詩) 2019. 8. 7. 19:50

     

    그 계단을 딛는다는 것 헛 발길질에 불과하다

    뒤꿈치를 들고 계단을 올라보면 알 수 있지

    그것은 피아노 건반을 씌울 덮개거나

    방울토마토 하우스 비닐에 지나지 않는 것을

    계단 속에 또 다른 계단이 웅크리고 있다니

    늦게 귀가하는 헐렁한 신발들은 알아 본다

    쿵쿵대는 심장 위로 가교(假橋)를 건너듯

    무수한 발길들이 공명으로 다가오는 것을

    허허로운 구름솟대로 펄럭이는 것을

    배반의 입술대신 쉬운 감정의 서정성을 택하셨나요

    때로는 안전한 애인인양 하이힐 통통 튀어 오르다가

    허공에서 발목이 휘청댄 날 있었다

    언젠가 이곳에 고양이의 찢어진 육탈을 묻어주었거나

    오르지 못할 꿈의 오랜 연대(連帶)를 새겨 놓기도 했었다

    한 생애를 다해 올라야할 고독한 광대같은

    또 하나의 계단

    할 일 없어 은행잎, 갈참잎 밑창에 붙이고 돌아오는 신발은 알아 본다

    모르는 이와의 인생이 엮이듯

    계단을 스치는 환한 이 예감 !!

    (그림 : 박용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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