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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갑 - 잡초는 없다시(詩)/시(詩) 2019. 8. 6. 13:08
비싼 값 치르고
어느 댁 축하의 자리에 보낼
꽃 한 다발 사면서
풀꽃 한 아름 덤으로 얻어 왔다
흔한 잡초라고 꽃집 구석에
천덕꾸러기로 버려진 식물
한껏 피워 올린 연보라 꽃 송아리가
깜찍하고 사랑스럽기만 한데
이 식물이 왜 잡초여야 하는지 그러면
은은히 내 맘 홀리는 이 잡초는
이름도 없는지 부랴부랴
식물도감 뒤지니 어?
잡초는 없다
식물도감엔
바위구절초 둥굴레 산매발톱 노루귀
꽃창포 하늘지기 물봉선 범부채……
우리나라 들과 산에 이런 식물 산다고
상큼하고 고상한 이름이 넘실넘실
쥐꼬리망초 개불알꽃 까치수염 각시패랭이꽃
애기똥풀 며느리밑씻개 도둑놈의갈고리……
우리나라 산과 들에 이런 식물도 산다고
우습고도 살가운 이름이 출렁출렁
숨어서 울음 길 가는 사람아,
다시 보면
그대도 이 땅의 어여쁜 꽃이려니
슬퍼 마라!
울지 마라!
어디에도, 어디에도
잡초는 없더라
(그림 : 이기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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