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다 헐리고 없는지 몰라
고향집 지척에 두고
그렇게 발걸음 한 번 하기 어렵더니
무슨 날만 되면 지병처럼 쿡쿡
꿈속을 달려와 찔러대기도 하더니
맘 먹고 찾아온 추석날 아침
왜 묵은 콩밭으로 변해 버렸는지 몰라
낡아가는 지붕 아래
늙은 홀아비 혼자 산다고도 하고
홀어미 한숨으로
손주놈 하나 붙들고 산다는 풍문만
잡초처럼 무성하더니
어릴 적 놀던 마룻장 떨어지고
왜 기왓장 쪼가리만 뒹구는지 몰라
몰라 정말 몰라
그리운 것들 왜 빨리 무너져 내리고
나는 늘 한 발짝 늦는 것인지(그림 : 김종근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창갑 - 잡초는 없다 (0) 2019.08.06 김영삼 - 빗소리에 대한 오해 (0) 2019.08.06 고증식 - 내 몸의 잎새들 (0) 2019.08.06 고증식 - 한낮을 지나다 (0) 2019.08.06 장옥관 - 이 더위 (0) 2019.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