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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관 - 이 더위시(詩)/시(詩) 2019. 8. 6. 11:15
올 더위가 10년 만에 찾아온 거라고 한다
이 더위, 10년 전에 만난 적이 있었던가 기억이 통 없다 10년 동안
딴살림이라도 차렸더란 말인가
늙고 병들어 찾아든 아버지, 무슨 낯짝에 버럭버럭 화만 내는 아버지처럼
숨이 턱턱 막히는 섭씨 39도
증오하는 만큼 더위는 더 기승을 부린다
짐짓 허세 부리지만
기실 더위만큼 불쌍한 것도 더 없다
아무도 그 곁에 가길 원치 않기 때문이다
더위가 들어오지 못하게 에어컨 켠 창문 꽁꽁 닫고 지내는 사람은
모를 것이다 더위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지를,
손가락 끈적끈적 달라붙는 폭염에 털실 뭉치 같은 강아지 안고 다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언제 어디든 틈만 있으면 달려들어 안기려는 게
사랑이라는 것을,
10년 만에 찾아온 이 더위, 실은 달포 전까지 솜털 보송한 애송이였다
달포 지나고 다시 달포 지나고 나면
당신은 문득 발견할 수 있으리라
방충망 틈에 끼여 파르르 떨다 사라져간 그것의 작은 뒷다리를
(그림 : 김선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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