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창환 - 꽃에 대하여시(詩)/배창환 2019. 7. 18. 13:45
열살 때 나는
너를 꺾어 들로 산으로
벌아 벌아 똥쳐라 부르면서
신이 났다.
그때 나는 어린 산적이었다.
내 나이 스물에
꽃밭에서 댕댕 터져오르는 너는
죽도록 슬프고 아름다웠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 서른에 너의 아름다움은
살아 있는 민중의 상징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나도 네 속에 살고 싶었다.
마흔 고개 불혹이 되어서도
나는 아직 너를 모른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러면서 흩어지는 까아만 네 씨앗을 보고 있다.
나는 알 수 없다.
쉰이 되고 예순을 넘겨
천지 인간이 제대로 보일 때가 되면
나는 너를 어떻게 사랑하게 될까.
필요 없는 놈은 골라내고
고운 놈만 수북이 옮겨 화분에 놓고
아침저녁으로 너를 아껴 사랑하게 될까
아니면 그냥 잡초밭에 두고
못 본 체 지나가며 사랑하게 될까.
(그림 : 이석보 화백)
'시(詩) > 배창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창환 - 그 겨울 선창 풍경 (0) 2019.09.15 배창환 - 달래에게서 배운 것 (0) 2019.07.18 배창환 - 냉이꽃 봄 (0) 2019.07.18 배창환 - 코스모스 (0) 2019.07.18 배창환 - 구기자술 (0) 2019.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