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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웅 - 마음의 도둑시(詩)/권대웅 2019. 6. 22. 13:47
마음에 도둑이 들었나 봐
온몸 구석구석을 뒤지더니
깊이 잠들었던 살결을 일깨우더니
종일토록 나가지를 앉는다
도둑이 들어도 정말 큰 도둑이 들었나 봐 두근두근
온몸이 두근거리는 소리에 잠들지 못하고
한밤중 어둠이 헝클어지도록 잠들지 못하고
마음은 하루 종일 서성대는데
창 밖에 가문비나무 뒤척이는 소리
바람이 발자국을 지우는 소리 문을 닫다가
별들에게 그만 내 눈동자를 들켜 버렸는데
가져가려면 빨리 가져가지
이토록 들쑤셔만 놓고 뒤흔들어만 놓고
가지 않는 이여
내 심장을 꺼내 드릴까
한 점 열에 들뜬 살점을 떼어 드릴까
내 머리카락 모두 잘라 신발을 만들어 드릴까
길도 보이지 않고
집도 보이지 않고
구름이 달빛을 삼킨 밤
개들도 깊은 잠에 빠져 버린 밤
아, 너무도 큰 당신이 내 몸 속에 들어왔네
(그림 : 장용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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