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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웅 - 2월의 방시(詩)/권대웅 2018. 2. 3. 16:58
비틀거리며 내려오는
한줌 햇빛이 박하사탕 같다
환해서 시린 기억들
목젖에 낮달처럼 걸려
봄바람마저 삼켜지지 않을 때가 있다
고요속에 있던 그늘의 깊은 우물로
돌멩이 하나가 떨어지는 소리
나뭇가지에 쌓인 눈의 무게를 못 이겨
쩡! 하고 부러지는 소나무의 이명이
온 산을 메아리로 돌다가
내 몸을 지나갈 때 나는 들었다
생이 버티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낮에 뜬 반달이 겨울 들판에 있는
작은 오두막집 같다
구름이 살고 있는 집
정처 없이 가난했던 사랑은
따뜻한 날이 와도 늘 시리고 춥다
세상에 봄은 얼마나 왔다 갔을까
바람 속에서
엿장수 가위질 같은 소리가 들린다
째깍째깍 오전 열한 시의 적막한 머리카락이
혼자 겨울을 난 방에 꿈틀거린다
(그림 : 노명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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