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누런 러닝셔츠
빨간 고쟁이
빨래 줄에서 산바람 기다려요
업어줘
펄럭
목 늘어진 러닝셔츠가 고쟁이를 감싸요
2
열아홉 우리 할매
서른 셋 조남풍씨 등에 업혀
월등 산골마을 왔지요
원추리 꽃 환하게 핀 산 능선
할머니 숨겨 놓고
첫 입맞춤 달게 쏟았지요
원추리 꽃냄새보다
숨 냄새 더 좋았지요
새 각시 업고
전쟁 없는
흰 구름 사는 산골 마을 들어갔지요
화지 : 전남 순천군 월등면의 산골마을.히말라야 계곡 닮은 산마을에 봄이면 매화와 복숭아꽃 지천으로 핀다.(곽재구 시인)
(그림 : 이양원 화백)
'시(詩) > 곽재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곽재구 - 좋은 일 (0) 2021.08.19 곽재구 - 항구 (0) 2020.04.18 곽재구 - 기차는 좀 더 느리게 달려야 한다 (0) 2019.06.18 곽재구 - 변산 (0) 2019.05.27 곽재구 - 제비꽃 사설 (0) 2019.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