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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은주 - 안부 총량의 법칙
    시(詩)/시(詩) 2019. 6. 10. 23:15

     

    인사는 인사를 끌어당기고

    입의 나라에서 덜 익은 안부가 오간다

     

    가끔, 입의 나라에 끌려가 맛없는 음식을 함께 먹을 때가 있다

     

    안녕은 안녕으로 둥둥 떠다니고 잘 지내는 잘 지내로 싱겁게 간을 맞춘다

    괜찮아는 괜찮아로 딱딱하게 뭉친다.

     

    안부를 전할 때

    내가 원하는 사람이 끌려오거나 끌려가거나

    슬픔 없는 애도를 살그머니 내려놓고

    뒤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가 하루에 쓸 안부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

    안부가 길어지면 어려운 부탁이 따라온다

    입에서 입으로 연주하듯 걸어 다닌다

    안부가 빵처럼 부풀어 오른다

     

    그럴 리가 없다는 그럴 리가 있다로, 잘 돼 간다는 잘 될 리 없다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마음에 드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목소리

    치아 사이에 낀 음식물이 쉽게 빠지지 않는 것처럼 불편하다

    다음에 보자는 여운을 만들고 떠난다

    얼룩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림 : 조은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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