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희구 - 보릿고개시(詩)/상희구 2019. 6. 8. 14:05
배는 고파 죽겠는데
서산에 해는
안주 짱짱하다
엄마가 저녁 이아 물 양으로
보리죽 한 사발을
실겅우에 유롬해 논 거를
내가 밨는데
해는 여죽지
빠질 기척도 안하고
자꼬 배미리기만
해쌓는다
안주 : 아직
저녁 이아 물 양으로 : 저녁끼니로 쳐서 먹을 작정으로의 뜻이 있다
옛날 보릿고개 시절 어머니들의 끼니 걱정은 정말 눈물겨웠다. 곡식이 귀하니 으레 감자나 고구마, 호박 따위를 끼니 대용식(代用食)으로 하곤 했는데
이럴 때는 "야들아 고구마가 저녁 이데이, 나죙에 저녁밥 돌라 카지마 레이" 하시면서 다짐을 받곤 했다
유롬해 논 거를 : 갈무리해 놓은 것을
여죽지 : 아직도
배미리기 : 아기가 기기 전 배로 밀어서 움직이는 것(느리게 움직이는 행태)
* 보리죽은 엄마가 저녁끼니로 먹을 작정으로 애써 마련해 숨겨 두었는데 해가 얼른 빠져야 아이는 엄마에게서 저녁밥으로
보리죽 한 사발이라도 얻어먹을 수가 있어니 아이는 해만 빠지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 상희구 시인
(그림 : 이원진 화백)
'시(詩) > 상희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희구 - 무태(無怠) (0) 2019.06.08 상희구 - 시머리다리(新川橋) (0) 2019.06.08 상희구 - 동촌(東村) 큰고개 (0) 2018.05.25 상희구 - 잡살고개 (0) 2018.05.25 상희구 - 강산면옥(江山麵屋) (0) 2018.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