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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민 - 돌아보는 사이, 돌아눕는 사이시(詩)/고영민 2019. 5. 16. 14:59
큰비 오고 나자
담장 위 능소화가 온통 바닥에 꽃을 쏟았다
내가 돌아보는 사이,
내가 돌아눕는 사이
쥐고 있던 손모가지가 턱, 놓아버렸다
이젠 꽃도 버겁다
꽃을 팽개친다
하늘로 밤새 접은 말잠자리나 날리러 가자
하지만 꽃은 태연히
찬 바닥, 젖은 두 무릎 모으고 앉아
훌쩍훌쩍, 눈물만큼
그 꽃만큼
이빨자국처럼
며칠 밤낮을 한사코 줄기도 없이 피어 있다
(그림 : 이금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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