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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경나 - 딴생각
    시(詩)/시(詩) 2019. 5. 3. 10:05

     

    빼죽빼죽 빼죽대다가 코가 깨진 하이힐은 야코죽은 눈치, 도시 무엇을 으스대는지 애시당초 근엄하던

    롱부츠는 몇 년째 그대로다 신발끈을 죄고, 종로며 광화문을 휘젓고 다닌 나이키 운동화 차오르다 빠지고

    밀려오다 까부라져 어물어물 멎은 물금처럼 시름없고, 먼지를 뒤집어쓴 등산화는 한결같이 꺽지다 보도

    블록 껌딱지 같은 플랫슈즈는 더비서껀 클릿서껀 잼처 나가자고 치근댄다 샐쭉 내외하듯 모로 누웠다 슬

    금슬금 치이던 샌들은 아싸리 발라당 현관 발치에 납작하다


    서로 다른 기울기로 닳아, 뛰고 뒤뚱대고 발 구르던 생각, 가만가만 발끝걸음 길든 길로만 다니던 생각,

    허드레 바람에 쏘대던 굽이 깊은 골목쟁이 생각, 갈 데 없던 이리저리 갈 데가 남은, 오른발 왼발 겨끔내기

    뒷걸음질 생각, 맞지 않은 신을 싣고 할듯할듯 그치고 쭈물쭈물 끌리던 거기, 발오목에 꼭 맞는 문수 생각,

    두 뼘 신문지를 벗어나, 한사코 엉뚱한 데로 튀는 손톱처럼 가슴으로, 머리로, 눈 밖으로 시시마꿈 딴생각,

    짝다리 짚듯 삐딱하게 생각 중이다


    딴생각을 하느라 물녘 슬리퍼는 자물자물 한 짝씩 떠가고, 나날이 술이 느는 늦은 소줏집에서는 자주

    발이 바뀌는지 모른다

    (그림 : 남택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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