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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 검은 소로 밭을 가니시(詩)/성선경 2019. 4. 21. 10:25
어둡지 않은가 여기 지금
꽃은 봄비에 젖고 여윈 봄날은
용서 없이 간다네. 너는 꽃빛의
풍경을 두르고 나는 젖은 우산을 걷네
어둡지 않은가 여기 너는 강물을 휘돌아
주막에 들고 나는 소잔등을 때리며 밭을 가네
봄비는 꽃잎을 적시고 나는 젖은 풀잎으로
소를 몰며 이려, 이려 쟁기의 보습을 드네
어둡지 않은가 지금 여기 소는 꼬리로
파리를 쫓고 나의 눈길은 꽃에 머무네
밭은 여기서 저기까지 팔백 평
내 마음은 두세 꽃에 머무네
어둡지 않은가 여기 지금
사랑은 머무는 것이 아니라
노랫가락처럼 지나가는 것이라
너는 강물을 휘돌아 주막에 들고
나는 소잔등을 때리며 밭을 가네
너는 가고 나는 밭을 가네
쟁기의 보습은 무겁고 그대
봄날은 나비같이 가벼워
어둡지 않은가 여기 꽃은 봄비에 젖고
여윈 봄날은 용서 없이 간다네.
(그림 : 전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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