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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 자작나무 그 여자시(詩)/강인한 2019. 3. 16. 18:47
자작나무를 사랑했네
비 갠 날 늦은 산책길, 자작나무 그 여자
햇살 비낀 아름다운 숲에서 만났네
구부러진 산책길의 길섶엔
손 내미는 봄꽃들 눈부신 빛깔에 숨이 막혀
어지러워라
자작나무에 기대어 발을 멈췄네
어두워지는 가슴 속 검은 바위틈에
먼 옛날 사라진 불씨가 눈을 뜨는가
차라리 이 숲에서 눈멀어 길을 잃고 싶었네
비 갠 숲 향기에 취하여
이는 오래 전 나에게 마련된 저주인 듯
풀 수 없는 주술에 걸려 치어다보느니
바람결에 점점이 흐르는 연둣빛사월의 자작나무 이파리들
그 여자 속눈썹을 모르는 척 바람이 스치네
미처 깨닫지 못한 맑고 시원한 울음이
가늘고 여린 가지를 흔드는지
자작나무 이파리 툭툭 찍혀 있는 하늘 가
잊었던 그리움이 내 눈썹 끝에 맺히네(그림 : 임정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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