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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 대문에 태극기를 달고 싶은 날시(詩)/강인한 2018. 3. 19. 22:02
포켓이 많이 달린 옷을
처음 입었을 때
나는 행복했지.
포켓에 가득가득 채울 만큼의
딱지도 보물도 없으면서
그 때 나는 일곱 살이었네.
서랍이 많이 달린 책상을
내 것으로 물려받았을 때
나는 행복했지.
감춰야 할 비밀도 애인도
별로 없으면서
그 때 나는 스물 일곱 살이었네.
그리고 나서 십 년도 지나
방이 많은 집을 한 채
우리 집으로 처음 가졌을 때
나는 행복했지.
그 첫 번째의 집들이 날을 나는 지금도 기억해
태극기를 대문에 달고 싶을 만큼
철없이 행복했지.
그 때 나는 쓸쓸히 중년을 넘고 있었네.(그림 : 박춘매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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