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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하 - 코스모스가 회복을 위해 손을 터는 가을시(詩)/시(詩) 2019. 3. 11. 13:01
제가 가을을 봄이라 부른 건요
실수가 아니에요
봄 같아요 봄 같아서
얼굴에 입은 거 다 벗고
하늘에다 바라는 걸 말해봅니다
하지만 하늘에다 말한 건 실수였어요
실수를 해버렸으니
곧 코스모스가 피겠네요
코스모스는 매년 귀밑에서 펴요
귀밑에서 만사에 휘둘려요
한두 송이가 아니라서
휘둘리지 않을 만도 한데 휘둘려요
어쩌겠어요
먹고살자고 뿌리에 집중하다보니
하늘하늘거리는 걸 텐데
어쩌겠어요
이해해요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잖아요
귀밑에서 스스로 진리에 도달하고
질문도 없잖아요
그 좁은 길
무게 넘치는 곳에서
질문이 없잖아요
꺾어다 주머니에 찔러넣어도
내년에 다시 회복할걸요
휘둘리며 사는 삶에는
애초에 비스듬하게 서 있는 것이 약이니까요(그림 : 김용남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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