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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학 - 그런 거 같은 거시(詩)/시(詩) 2019. 3. 7. 11:16
이 말을 좋아한다
왜, 그런 거 같은 거 있잖아
그러니까
오래 물을 담아 두어 물금이 생긴 그릇
나는 당신의 어디쯤에 물금으로 남았을까
그런 거 같은 거
무심결 잊었다가 꺼내 입은 옷
어깨에 삐죽이 솟은 옷걸이 자국
당신은 나에게 얼마나 오래 걸려 있었기에
이 자국이 없어지지 않을까
그런 거 같은 거
뒤축이 무너져 못 신게 된 구두나
베란다에서 말라 죽은 벤자민 화분이나
비를 만나 편의점에서 사서 쓰고는 그대로 버스에 두고 내린 우산이나
발이 시려 지하상가에서 사서 덧신은 천 원짜리 양말이나
그런 거 같은 거
내 것도 아니고 내 것 아닌 것도 아니어서
버려지지는 않고
막상 버리자니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거 같은 거
아무 용처도 없는데 잊혀지지도 않는
이걸 무어라 부르기도 영 마땅치가 않은
그런 거 같은 거
(그림 : 박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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