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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근 - 그 섬을 주고 싶다시(詩)/시(詩) 2019. 3. 2. 11:20
그 섬에 그를 데리고 가
그 섬을 주고 싶다
아직 살아보지 못한 섬을 그에게 주고
나는 섬을 그리워하고 싶다
그 섬에 외로이 서 있는 등대도 그에게 주고
등대에 앉아 있는 갈매기도 그에게 주고
나는 다만 등대의 꼭대기에 흐르던 구름
손수건만한 구름이나 뜨다가 바라보고 싶다
그 섬에 동백이 피고 동백이 지고
그 섬에 꽃송이 바람에 굴려 다니는 날
나는 그에게 한 통의 편지를 쓰리라
잠못 이룬 잠들이 다시 깨어나고
흐르던 구름이 멈칫, 멈칫거릴 때
나는 그에게, 꽃보다 아름다운 그의 이름 앞에
한 통의 편지를 쓰리라
그 섬에 가 닿는 파도를 떠서, 사무치는 가슴의 소리
편지를 쓰리라
(그림 : 홍경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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