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정영 - 투명인간시(詩)/문정영 2019. 2. 24. 11:52
퇴근하고 돌아오는 아버지가 오늘은 투명인간이다
어머니와 아들과 딸은 아버지를 모른 척 한다
왜 안오시냐고 딸이 투정을 부린다
아버지는 처음에는 재미있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연극이 오래 가면서 가족들은
진짜 아버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처음부터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투명인간이었는지 모른다
투명인간은 그렇게 혼자 버텨야 하는 사람이다
나도 그렇게 집에서 투명인간이다 아내는
보이지 않는 나에게 밥을 차려주고 옷을 내어준다
나는 투명한 몸에 밥을 꾸역꾸역 집어넣는다
옷을 입고 안경을 쓰고 신발을 신는다
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쓰자 나는 인간이 된다
밖으로 나가면 사람들은 내 겉만 본다
밖에서는 몸을 보여주지 않는다
소리만 들려준다
나는 말소리로 사람흉내를 낸다
투명인간이 투명인간 사이로 지나간다
서로 모른 척 한다
(그림 : 장용길 화백)
'시(詩) > 문정영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정영 - 처서 무렵 (0) 2020.04.02 문정영 - 수건을 말리며 (0) 2020.04.02 문정영 - 돈화문로11나길 (0) 2018.06.28 문정영 - 그만큼 (0) 2016.05.04 문정영 - 오지다 (0) 2014.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