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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 - 늙음에게시(詩)/이대흠 2019. 2. 7. 22:27
눈이 먼 것이 아니라
눈이 가려 봅니다
귀가 먼 것이 아니라
귀도 제 생각이 있어서
제가 듣고 싶은 것만 듣습니다
다 내 것이라 여겼던 손발인데
손은 손대로 하고 싶은 것 하게 되고
발도 제 뜻대로 하라고 그냥 둡니다
내 맘대로 이리저리 부리면
말을 듣지 않습니다
눈이 보여준 것만 보고
귀가 들려준 것만 듣고 삽니다
다만 꽃이 지는 소리를
눈으로 듣습니다
눈으로 듣고 귀로 보고
손으로는 마음을 만집니다
발은 또 천리 밖을 다녀와
걸음이 무겁습니다
(그림 : 박운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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