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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라 - 말단(末端)의 사랑시(詩)/이사라 2018. 9. 7. 23:43
어느 강가든 숲이든
어느 가문이든
오래도록 살아온 뿌리 깊은 나무가 있어
겨울 겪고 초여름 거쳐서 여기까지 온
몸통 굵은 것들의 무게가 낳은 침묵이 있어
잎들이 무성할수록 더 침묵하면서
몇 개의 잎사귀를 지닌지도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고
지나온 것들을 품는다
가벼운 날들에게는
가볍게
어려운 날들에게는
어렵게
폭풍 치는 날
그렇게 큰 때를 만나면
크게 뭉쳐서
온 힘을 다해 둥치를 붙들고
바람이 그치면
그저 또 상관없는 사이처럼 각자
무심하게 매달려 있다
밑둥 튼실한 나무 가지의
말단에서
말단의 사랑이
마음놓고 하늘거린다(그림 : 김성실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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