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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윤 - 다시, 늦은 봄 편지시(詩)/임동윤 2018. 6. 7. 12:02
너 앉았다 떠난 자리에
아직 꽃 한 송이 피어나지 않는다
이 봄 오래오래 아침을 기다렸는데
벌써 기다리는 일의 소중함을 잊었는가
개나리 목련도 가고
연분홍 벚꽃도 후르르 진다
지금은 다만 보랏빛 향기
무성한 라일락 그늘 밑이다
마지막 남은 봄을 너 없이도 나는 보낸다
바람은 어제보다 거칠고
네가 이름 붙여준 나무들은 새순 하나 없다
저 고요를 한 겹씩 벗겨내면
연둣빛이 돌까, 잎이 돋을까
도무지 얼굴 하나 지워지지 않는다
벽 하나 허물지 못하고
문만 꽁꽁 닫아놓고
서로 안다고, 안다고 말했을 뿐
다만 멀리서 가깝게만 보고 있구나
너 앉았다가 떠난 자리인데도
아직 꽃 한 송이 피어나지 않는다
벌써 나는,
기다리는 일의 소중함을 잊었는가
(그림 : 이현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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