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철 - 봄아, 넌 올해 몇 살이냐시(詩)/이기철 2018. 3. 17. 09:49
나무 사이에 봄이 놀러 왔다
엄마가 없어 마음이 놓이지 않는 눈치다
내년에도 입히려고 처음 사 입힌 옷이 좀 큰가
새로 신은 신발이 헐거운가
봄은 오늘 처음 학교 온 일 학년짜리 같다
오줌이 마려운데 화장실이 어딘지 모르는 얼굴이다
면발 굵은 국수 가락 같은 바람이 얘의 머리카락을 만진다
여덟까지 세고 그 다음 숫자를 모르는 표정이다
이슬에 아랫도리를 씻고 있네
저 아찔한 맨발
나는 아무래도 얘의 아빠는 못 되고
자꾸 벗겨지는 신발을 따라다니며 신겨주는 누나는 되어야겠다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울음이 먼저 나올 것 같은
봄아, 넌 올 해 몇 살이냐
(그림 : 안기호 화백)
'시(詩) > 이기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기철 - 마음 속 푸른 이름 (0) 2018.07.25 이기철 - 풀들의 사회생활 (0) 2018.06.22 이기철 - 말 (0) 2017.10.31 이기철 - 나의 조용한 이웃들 (0) 2017.08.04 이기철 - 봄 아침엔 창문을 여세요 (0) 2017.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