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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화 - 분홍의 표정시(詩)/시(詩) 2018. 1. 12. 11:00
비는 구름이 보내온 연서
꽃이 누설한 분홍 속으로
새들이 계절을 물고 날아간다
비가 오는 날이면 헐렁해지는
계단은 누구의 표정인가
분홍, 하고 발음하면
겨울에 불려갔던 꽃들이
차례대로 돌아온다
겨울을 다 소모해버린 바람은
물기 가득한 오후의 안녕을 구부려
나무마다 그늘이 서식하는 그곳에
분홍을 옮기느라 분주하다
분홍의 표정은 어디서 나오는가
봄비가 방금 나비가 먹고 간
꽃그릇을 씻고 있다
흐르는 구름 아래를 오래 걷다보면
목젖부터 붉게 젖어든다
봄이 분홍을 향해
저만치서 성큼성큼 걸어간다
(그림 : 신종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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