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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혜 - 쇠똥구리시(詩)/시(詩) 2018. 1. 12. 10:54
봉분 같은 폐지더미
뒤뚱거리며 차도를 가고 있다
거기 리어카 손잡이에
왜소한 노인이 매달려 가고 있다
덜컹, 허공으로 솟구쳤다가
휘청, 땅으로 내려오는
곡예를 하며 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은
생의 위태로운 파형(波形)
어디쯤일까 손잡이 위로
도약하며 하늘을 쳤던 시절!
있기는 있었을까
제 몸보다 큰 짐 부지런히 밀고 가는
염천의 쇠똥구리
버겁게 굴려온 삶이
바닥으로 가라앉자
갈라터진 두 발바닥이
또다시 번쩍 들리며
달구어진 허공에 낙인을 찍는다
(그림 : 이형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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