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때 떫었다는 것은
네게도 엄연히 꽃 시절이 있었다는 것
네가 환희로 꽃 필 때 꽃 피지 못한 것이
어디나 있어 너는 영광스러웠던 것
너를 익히려 속까지 들이차는 햇살에
한 때 고통으로 전율했다는 것
익지 않고 떨어진 낙과를 본다.
숱한 네 꿈을 꼭지 째 뚝 따버린 것이
미친 돌개바람 탓이기도 하지만
꼭지가 견디지 못하도록
스스로 가진 과욕의 무게 때문
한 때 나도 너와 같은 푸른 낙과였다
(그림 : 박애숙 화백)
'시(詩) > 김왕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왕노 - 몽환의 집 (0) 2018.05.22 김왕노 - 그 여자 (0) 2018.01.12 김왕노 - 한강둔치 (0) 2016.10.02 김왕노 - 다비식 (0) 2016.07.31 김왕노 - 편지 (0) 2016.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