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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왕노 - 한강둔치시(詩)/김왕노 2016. 10. 2. 13:01
그리운 이름이 있어 한강둔치에 나가 봐라
도강을 꿈꾸는 것들이 소리 없이 모여 시퍼렇게 우거져 있다
낡은 이름표 마저 잃어버린
쇠비름, 바랭이, 씀바귀, 민들레, 김씨, 이씨, 박씨로
때로는 무릎 반쯤 물에 잠긴 갈대로
그렇게 오래 동안 도강을 꿈꾸며 살고 있다
잠잠해지는 물 비늘 사이로 그리움을 투망질해 올리며
저들 도강의 꿈 더 무성해지고 있다
한해살이풀로 또는 여러해살이풀로 신발이 벗기도록 발 돋음해
강 건너로 바람에 실어 보낸 씨앗들
어느 하나 무사히 닿았다는 기별도 없이 결국은 강물에 휩쓸려 가버린 날들
도강은 물위를 걷는 기적 뒤에 오는 법인가
어떤 기적이 일어나기에 너무 어수선한 세상
강 건너 편을 바라보는 가슴엔
길어내고 길어내어도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그리움
아직 저 강 건너 편에도
도강해오지 못한 등불이 밤마다 반짝이며 살고 있다
밤마다 불빛만 애타게 강물에 풀어놓으며 살고 있다
세월이 저렇게 거친 강물로 흐른다 해도
결코 접어버리지 않는 도강의 꿈이
밤이면 강물 속에 가만히 발 담가 보며 살고 있다
그럴 때마다 강물은
몇 번 몸 더 뒤척이다 시퍼렇게 멍들어 흘러가는 것이다(그림 : 안모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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