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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호 - 붉은 볼시(詩)/전윤호 2018. 1. 3. 16:23
동백은 배우지도 못했는데 이별부터 당한
첫사랑인 양 붉은 볼을 보여준다
바다가 보이는 벼랑에서
왜 다들 떠나간 겨울에 피는지
주지도 없이 방치된 암자에서
부처는 자물쇠로 잠겨 있고
무너진 석등 위로 바다가 넘실대는데
입맞춤 한번 하기도 전에
왜 무참히 떨어져버리는지
겨울 여객선 떠나는 항구에
어혈처럼 스미는 동백
변명하듯 뱃고동이 울리고
가라 어여 가라 등을 떠미는 파도
동백은 이전에도 있었고 이후에도 있으니
어느 겨울 또 다른 내가 찾아오면
첫사랑인 양 붉은 볼을 보여주리라
(그림 : 김상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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