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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호 - 도원 가는 길시(詩)/전윤호 2017. 10. 15. 13:14
정선이나 강릉을 가다가
길을 잃고
안개 낀 재 하나 잘못 넘으면
도원읍에 닿습니다.
핸드폰도 터지지 않고
라디오도 잡히지 않는 곳
석회암이 앙상한 두 개의 산 사이
수달이 어름치를 잡아먹는 강이 흐르고
읍내엔 일백 오십 호 주민들이 삽니다.
아이가 어른 같고
어른이 아이 같은 그곳에선
시간이 황종류석처럼 더디게 자라고
조폐공사에서 찍은 돈은 쓰이지 않습니다.
주막에 가고 싶으면
산나물을 뜯어 오십시오.
곤두레 딱주기
누리대를 구별할 줄 안다면
그곳에 살아도 됩니다.
물레방앗간에서
이모장네 맏며느리와 함께
당신은 행복할 것입니다.
하지만 가난이 불편한 사람은
오래 머물지 말고
쓴 약수나 한 모금 마시고 나오십시오.
재 하나만 넘으면
또 다른 마을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그림 : 정인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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