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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 구절리 아라리시(詩)/김영남 2017. 12. 17. 13:57
저렇게 맑은 강물을 거슬러본 사람만
오지의 슬픔에 일찍 도착할 수 있으리
구절리행
비둘기호 열차가 험한 계곡을 돌 때
길게 읊고 가는 정선 아리랑,
그 한줄기 붙들고 산모퉁이 돌아보니
'숙'이라는 이름이 그리워서 나도 못 살겠네.
그러나 이곳 텅 빈 역을 명상해보지 않으면
그 누가 알기나 하리,
구절리란 얼마나 외로운 길 데려온 마음이었는가를,
이 마을은 또 산비탈이얼마나 거칠게 숨쉰 탄광촌이었는가를.
나는 구절리를 닮은 사랑 하나 꺼내보겠네,
철로변 억새꽃으로 종착역 같은 여자를 흔들면서,
아니, 정선 아리랑 애정편을 첩첩 산등성 뒤로 넘기면서.
(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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