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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 회진항에는 허름한 하늘이 있다시(詩)/김영남 2016. 8. 17. 22:11
내가
회진항의 허름한 다방을 좋아하는 건
잡아당기면 갈매기 우는소리가 나는
낡은 의자에 앉아 있으면허름한 바다와 하늘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허름한 바다와 허름한 하늘이 존재하는 공간.
그곳에는 언제나 오징어가
이웃 순이의 팬티처럼 펄럭이는 빨랫줄이 있습니다.
그리고 검은 통치마를 입은 어머니가 바닷가로 걸어나가고 있고,
그 바닷가 하늘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완장을 차고 만화가게 앞으로 나타나는 게 보입니다.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가 회진항의 허름한 다방을 좋아하는 건
아직도 난로 위 주전자 뚜껑 소리 같은 사투리가 있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도 외상으로 남기는 목포 아저씨,
그 백구두 소리가 날아가는 하늘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회진항 : 전라남도 장흥군 회진면 회진리에 있는 어항이다.
회진항은 청정해역에 접해 있어 감성돔, 농어 등 입질이 좋은 어종이 많이 잡히며 갯바위 낚시도 가능하다.
회진은 조선시대에 회령포라 불렸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도 매우 깊은 인연을 가진 곳으로 충무공은 백의종군을 명받고
임지로 가던 도중에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를 제수 받아
전선 12척을 인수받고 임진왜란의 전세를 뒤집은 발판이 되는 곳이 바로 회령포, 회진항이다.
(그림 : 설종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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